passage: 빛의 선2021.10.30-11.13reni gallery, kitakamakura 포에지와의 협업을 통해 흰 광목 위에 달빛과 그림자를 그려낸 최한올 작가의 전시가 일본 기타가마쿠라의 reni gallery 갤러리에서 있었습니다. 저처럼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쉬워 할 포에지의 손님들을 위해, 이번 전시 사진과 미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Poésie: 이번 전시 작업이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Hanol Choi: 빛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꿈의 기억을 오래 담는 편은 아닌데 한동안 잊히지 않는 꿈이 있었거든요. 빛이 가득했던 기억이 꽤 짙게 남아 이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일었어요. Poésie: 이번 작업에서는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누비 기법이 보이지 않네요. Hanol Choi: 이전의 전시 작업들은 누비라는 명확한 기법, 형태적 특성이 드러나는 작업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바랜 듯 희미한 색을 중심으로 잡았어요. 선은 그 희미함 속에서 아주 작은 실마리, 흔적이 되어주었죠. 무언가를 보이고 싶은 욕구보다는 어쩌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한낱의 희미한 어떤 것을 원했어요. Poésie: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원단의 색이 빈티지하게 바랜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진 색감인가요? Hanol Choi: 백색의 원단에 색을 여러 번 입히고 말리면서 작업했어요. 작업 과정마다 색의 배합과 양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요. 그래서인지 말씀하신 것처럼 천이 물들고 바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같은 원단 안에서도 부분적으로 다른 분위기가 나는 것도 색을 입히는 과정과 방법에 조금씩 변화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Poésie: 한 번의 강렬한 꿈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몰라요.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눈부시고 희미하다고 느껴지는 단순한 심상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Hanol Choi: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꿈에 대한, 꿈의 기억으로 풀어간다 생각했는데 모든 작업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든 생각은 단지 꿈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작업하는 장소가 하루의 온 빛을 다 들이는 곳인데 이 빛이 하루 종일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거든요. 빛이 드는 시간과 색에 따라 요동치기도 해요. 아름다움과 혼란이 뒤섞인 빛을 매일 품고 지낸 시간들이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과 현실의 연결점-통과로를 매일 오가는 현재의 나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최한올 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