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이라는 시어를 들었을 때 무심코 지나쳐왔던 풀이 어느 날 마음에 특별하게 들어온 이유, 풀이 피어있는 장소나 생김새를 보고 일었던 감정, 풀이 짓고 있는 표정이 저에겐 작업의 시작이 됩니다. 굳이 소재를 찾으려 하지 않는데,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한 과정으로 무언가를 마주칠 때의 짜릿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소재를 제시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풀과 꽃을 소재로 작업을 하다보니 '언젠가는 특정한 소재로 작업을 제안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요. 그것을 포에지와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말해주는 은방울꽃 작품을 포에지에서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단순히 '이렇게 하면 아름다울 것 같아서' 같은 제안이 아니라 퍽 다행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가 나에게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죠.'어떤 것을, 어떤 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주가 되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포에지와의 협업을 결정하면서 포에지라는 단어의 뜻과 포에지가 나아갈 방향, 일본에서 들르셨던 작은 가게 등 대표님께서 들려주신 많은 이야기들은 마치 동화 같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고 싶어요, 포에지는 이랬으면 좋겠어요" 명료하게 정리된 설명이 아니었는데도 어떤 맑은 에너지가 명확하게 전해졌고, 그로 인해 이유 모를 설렘이 일었기 때문에 협업 제안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어떠한 도전이 될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맑고 순수한 포에지라는 동화책 안에서 저도 신선한 마음가짐으로 은방울꽃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박혜성 작가 인터뷰 中